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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味親) 식객

[인천/송림동] 노포 식당의 해장국으로 든든한 하루 '해장국집'

by 미친식객 2023. 12. 15.

노포는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를 뜻한다고 국어사전에 나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소개하는 이곳이야말로 노포 식당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64년에 개업한 이곳은 노포 식당에 걸맞게 허름한 분위기와 먹고 나면 흔한 듯 하지만 흔하지 않은 맛을 느끼게 하는 식당이다.
 
"해장국 먹으러 가자."
"어디로?"
"해장국!"
"그러니까 식당이름이 뭐냐고?"
"해장국집!"
말장난이 될 수도 있는 이곳의 상호는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만큼 특색이 있다.

'해장국' 식당은 송림오거리에서 류현진 선수가 졸업한 동산고등학교 방면으로 약 70m 정도 가다 첫 번째 우측 골목으로 들어가면 있다.

맛집이라고 소문난 식당인만큼 입구 앞에는 낡은 의자 위에 대기자명단 노트가 놓여있다. 디지털 시대와는 상반되게 명단을 직접 적어 넣도록 해 놓았는데 묶여있는 볼펜을 보니 정감이 가는 것이 2023년이 아닌 1990년대로 돌아온듯한 느낌이 들어 식사 전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해장국집 식당 내부

내가 방문한 시간은 새벽 5시 10분정도. 막 오픈한지라 그런지 식당 안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이곳을 다녀본 이후로 식당이 텅 비어 있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는데 이런 이유로 식당 내부를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맛집이면 붙어있는 유명인들의 사인들이 이곳에도 있다. 그중에 이연복 세프와 허영만 작가의 싸인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런 여유로움도 잠깐! 식사를 하기 위해 들어오는 손님들로 해장국집은 금방 만석이 되었다.

메뉴는 달랑 두가지! 설렁탕과 해장국만 판매한다.
이 식당의 특징은 영업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나눠 한 가지 메뉴만 판매한다.
해장국은 새벽 5시부터 오전 10시30분까지, 설렁탕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판매한다. (해장국과 설렁탕을 판매하는 중간 30분의 브레이크 타임이 있다.)

해장국집은 주문이 따로 필요없다. 몇 명이 먹을지만 알려주면 자동 주문이 이루어진다.
자리에 앉고 오래지 않아 맑은 해장국 한 그릇이 바로 나왔다.

반찬은 깍두기와 김치만 제공된다. 이곳 반찬의 특징은 깍두기와 김치 국물을 넉넉히 내어 준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국물을 많이 주었을까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유는 아래서 설명하겠다.
테이블 한편에는 간을 맞춰 먹도록 고춧가루와 소금 그리고 썰어놓은 고추가 마련되어 있다.

국밥이 나오면 국물부터 떠 먹는 것은 국룰!
한 숟갈 떠서 입안에 딱 먹어보면? 그냥 아무렇지 않다.ㅎ
맛집이라고 많은 기대를 하고 온 사람이라면 '뭐지?'하고 잠깐 멍 때릴 수 있는 맛이다. 고기와 배추를 삶아 우려낸 맑디 맑은 국물맛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해장국 안에는 건더기가 듬뿍이다. 고기도 많고 배추도 많이 들어있다. 식사를 다하고 나가며 포스팅을 위해 사장님께 해장국 재료가 무엇인가 물어보니 한우를 쓴다고 당당하게 말씀하신다. 난 배추인지 우거지인지만 물어본 건데.ㅎ
밋밋한 국물맛을 맞추기 위해 소금간과 후추를 넣어 내 입맛에 맞게 간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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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끓여 나온 해장국이 새벽녘 허기짐에 군침을 돌게 한다. 뚝배기 안으로 숟가락을 넣어 건더기를 듬뿍 건져 올려 입안 가득 채워 먹는다.

국밥에 깍두기가 쵝오! 잘 익은 깍두기가 해장국맛을 더 맛있게 만들어준다.

간을 맞춰도 뭔지 모르게 부족한 국물맛은 김치국물로 간을 맞춰주면 완성이 된다. 김치국물을 넣어 감칠맛을 더해주면 맛있는 해장국이 완성된다. 이것이 깍두기와 김치국물이 넉넉하게 담겨나온 이유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담백한 맛의 해장국.
'우와! 맛있다'라고 감탄하며 먹는 맛은 아니지만 입맛을 현혹시키는 사악한(?)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해장국이다.
조미료가 없던 아주 먼 옛날 조선시대? 아니면 그 이전에 국밥은 이런 맛이 아니었을까?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우리가 잊고 있던 자연의 맛. 이맛이 진짜 맛있는 국물맛이라 생각한다.

해장국집의 해장국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순수하다'라고 말하고 싶다.
맑고 청순한 소녀의 느낌! 노포 해장국집의 해장국을 먹으면 그런 느낌이 든다.
 
먹는 동안이 아닌 먹고 나서 맛있음을 알게 되는 해장국!
식당을 나와 돌아오는 길 내내 생각나게 하는 해장국!
먹은 후에 속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해장국! 
이런 맛있음에 오늘도 완탕 했다.
 
어릴 적 이 동네에 살아서 아버지와 함께 왔던 기억이 있는 해장국집. 진짜 맛있는 설렁탕을 먹으러 가자며 나를 데리고 온 이곳. 그래서인지 해장국집을 찾을때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이 난다.
해장국의 시그니처 메뉴는 설렁탕이라고 적혀있는데 어릴적 먹어보고 나이 들어 먹어보지 못한 이곳의 설렁탕! 
꼭 먹기 위해 다시 방문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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